가장 사랑했던 선수한테 배신당했을때
7월 26일,평소와 같이 스포츠 기사를 읽고있던 나는 한 기사를 발견했다.
K리그1 유명 수도권팀에서 도박에 연루된 선수가 있다는 기사였다. 나는 우리팀,fc서울의 선수가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있었다. 그리고 30분뒤쯤, 새로운 기사가 올라왔다. "도박 연루선수 fc서울 한승규로 밝혀져..." 그 기사를 읽은 나는... 말 그대로 모든 행동을 멈췄다. 충격에 휩싸였고, 펑펑 울기까지했다. 현실 부정도 여러번했다.우리팀이 아니길 바랬는데 우리팀 선수였고,심지어 그 선수가 한승규였다.
한승규가 어떤 선수이길래 그 정도로 충격을 줬냐고..?
2020년 시즌 시작전 겨울 이적시장, 한승규를 임대 영입했다는 오피셜을 봤다. 기대했다. 영플레이어상 수상자 출신에, 당시 최용수 감독이 간절히 원한다는 소문이 늘 돌던 선수였으니까.. 그러고 시즌이 시작된후 그 기대에 맞게, 난 그 선수에게 푹빠졌다. 활발한 활동량에 센스있는 연계, 간결한 슛팅은 서울에서 간만에 보는 유니크한 자원이었고,당시 암울했던 팀의 유일한 빛이었다. 특히 상주전이었던가..? 골 넣은뒤에 엠블럼을 물던 장면은 2020시즌 최고의 장면이었고, 시즌 마지막경기 인천전,고 김남춘 선수 사망 직후 경기에서 패배이후 울면서 n석쪽에 김남춘 선수의 유니폼을 두던 그 날은, 초등학생이었던 나마저 울음을 멈출수없게 만들었다. 시즌이 끝나고 한승규의 기록은 22경기 3골 3도움, 스탯상으론 별거없지만 경기력이 미쳤었기에 아마 그 시즌에 한승규없었으면 강등이었을거라 확신한다.
이렇듯 미친듯한 활약과 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준 한승규였기에 많은 서울팬들이 그의 완전 영입을 간절히 원했지만, 서울은 다른 포지션 보강을 선택하며 한승규와 잠시 이별했다. 2021시즌 수원fc 소속으로 상암에 방문한 한승규는 비록 취소된 골이지만 서울 상대로 득점을 기록하였음에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은 한승규의 모습은, 서울팬들이 정말 사랑할수밖에없었으며, 어렸던 나에게 "한승규는 여전히 우리선수" 라는 생각을 확실히 들게해줬다.
그리고..여전히 한승규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않았던 2022년 3월, 마침내 한승규의 서울 이적 단독 기사가 떴다.(k리그에서 단독 기사는 로마노의 here we go급 위상이다)그리고 얼마 안 지나서 인스타 라이브로 진행된 오피셜 발표까지 나오면서 내 심장은 정말 터질듯이 기뻤었다. 다시 돌아온 낭만의 선수.. 서울 팬들은 이 선수를 역대급 걸개를 들며 환호해줬다.
"벚꽃보다 기다린 한승규" 저 문장을 처음봤을때 정말 감동받았다. 초봄이었던 저 당시, 한 선수를 봄에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벚꽃보다 기다렸다며 표현한 저 문장에 정말 가슴이 뭉클해졌었다. 그리고 한승규는 그 다음경기, 복귀 후 첫 홈경기였던 강원전에서 경기를 동점으로 만드는 동점골을 넣은 뒤, 엠블럼을 깨물고 N석을 달려갔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저도 팬 여러분을 벚꽃보다 기다렸습니다." ..정말 팬들 미치게하는 방법 아는 선수였다.. 정말 이 선수를 사랑했다. 유스 선수라해도 믿을만큼, 엄청난 충성도였다. 정말 클럽과 팬을 사랑한다는 느낌이었다. 이후로 5월까지 괜찮을 활약을 보여주다가 성남전,코로나 때문에 2년만에 내가 직관했었던 그 경기에서 전반 초반에 안좋은 태클을 당하고 교체당했었다,멀리서봐도 심각할거같았고, 결국 장기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그리고 복귀한 한승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있었다. 내가 아는 한승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이 무거워졌다. 간결한 플레이로 분위기를 바꿔두던 그 선수는 온데간데 없었다. 자연스레 팬들은 그를 비판했다.부상 복귀 직후 일시적인 부진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그 다음 2023시즌, 한승규는 여전히 부진하였으며 팀에 큰 보탬이 되지못했다.
그래도 난 여전히 한승규를 사랑했다.우리의 한승규는 언제나 위기에서 스스로 일어나고, 버팀목이 되는 선수니까,무조건 다시 반등할거다. 늘 이렇게 믿었다. 그리고 24년 개막전, 3선 미드필더로 한승규가 깜짝 선발되었다. 기뻤던것도 잠시.. 그 날 경기에서 한승규는 정말 기대이하였다.. 솔직히 그 날 경기를 보고 "이제 서울의 선발 한승규"는 보기 어렵겠다 생각했다. 그날 이후로 두 세 경기 더 출전했지만.. 여전히 기대 이하였고 결국 한승규는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포항 원정,뜬금없이 한승규가 오른쪽 윙어 자리에 배치된채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긴장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였다. 스피드도 매우 빠른 편은 아니고, 몸싸움이 강한것도 아닌 한승규가 저 자리에서 잘할까? 이런 내 우려를 한승규는 전반 시작하자마자 좋은 움직임으로 불식시켰고, 일류첸코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하기까지했다.(일류첸코가 한번 놓치고 넣은 탓에 기록은 도움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날 이후, 한승규는 꾸준히 우측 윙어로 배치됐고, 심지어 조영욱의 복귀 이후에도 주전자리를 차지하였으며,6월 이달의 선수 후보, 올스타 후보에 까지 오르며 선수 생활의 커리어 하이를 찍는듯 보였다. 너무 좋았다 우리팀을 사랑하는 로맨티스트가 새로운 포지션에서 이런 대반전을 이뤄내다니? 그동안의 믿음이 헛되지 않을거 같았다. 하지만 한승규는 꽤 많은 나이였음에도 아직 미필이었고,심지어 현역 입대를 해야되는 선수였기에, 사실상 프로선수 한승규의 시간은 끝나가고 있었다. 기승전결이 완벽한 한 편의 영화같았다..
그치만 한승규는.. 도박이라는 씻어낼수없는 중죄를 저질렀다는게 드러나며,영화의 결말을 앞당겼고. 본인의 영화가 히어로의 성장 스토리가 아닌, 영웅이 빌런이 되가는 과정을 그려내는, 주인공을 응원하던 사람 압장에서 아주 가슴 아프고 보기 힘든 영화를 만들어냈다. 나는 계약해지된뒤 바로 다음 날, 나는 한승규의 계약해지가 꿈인줄 알았다. 영원히 우리 선수일거라 생각했고,무척 사랑했으니까..서울의 로맨티스트는 4년이란 시간이 무색하게 하루 만에 사라졌다.
이 글을 쓰기전엔, 한승규가 제 2의 인생이라도 잘 살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근데 이 글을 쓰다보니.. 이젠 한승규가 미운걸 넘어서 싫다. 타팀 팬들한테 다른 놀림거리를 주고, 팀 전력에 손실을 주는 등,온갖 피해를 주며 본인이 부진할때도 늘 사랑해줬던 팬들의 심장에 대못을 박았다. 누군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한 배신은 배신감이 몇 배라고,나중에는 또 어떻게 내 생각이 바뀔지 모르지만 지금만큼은 한승규가 평생 힘들어하면 좋겠다.
축구선수들의 범죄에 대하여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실수를 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대부분 실수를 이해해준다. 하지만 범죄는 예외다. 범죄는 실수가 아닌 본인의 선택이니까, 스포츠 선수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에서 몇 번이든 실수할수있지만, 범죄는 절대 용납할수없다. 이제 k리그도 어지간한 범죄는 거의 다 계약해지 처분을 하고 있다. "앞으로는 축구로 보답하겠다"는 말도 안되는 얘기가 나오지 않으며, 범죄를 저지르면 선수 생활이 끝이라는 인식이 더욱 더 확실히 심어지고, 더 깨끗하고 수준 높은 리그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범죄자를 미친듯이 사랑하는 일이 나오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