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29. 01:41ㆍ내 이야기
"이 편지는 반송될 것입니다"
요새 과거 사진을 자주 보고 있습니다. 올해는 물론이고 작년.. 재작년..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사진까지 계속 보고 있죠. 뭐랄까요.. 상당히 혼란스러워요. 그 친구 사진이 너무 많거든요. 제 가장 친한 친구 ‘였던’ 그 친구요.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요새 저는 한 친구와 상당히 사이가 멀어졌습니다. 9년 동안 같이 지낸 친구죠. 9년, 절대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초1이 중3이 된 시간이죠. 기억력이 좋은 저는 아직도 그 친구를 처음 안 순간을 기억합니다. 동네에서 같이 야구를 하면서였고,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졌습니다. 같이 밥도 먹고 매일 놀이터에서 놀았죠. 놀랍게도 그 친구랑 9년 내내 한 번도 같은 반이 돼본 적 없어요. 그렇기에 이렇게 가장 친한 친구가 된 건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이죠.. 지금 제 주변에 매우 친한 친구 중에 같은 반이 한 번도 안 돼본 친구는 거의 없으니까요..
솔직히 무엇을 하든 저보다 압도적인 친구였어요. 말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했거든요. 하지만 걔랑 둘이 있으면 정말 편했습니다. 생각이 잘 맞았어요. 걔랑 얘기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죠.
그 친구는 참 솔직했어요. 다만 성격이 살짝 안 맞을 부분이 있었죠. 그 때문에 주변에 그 친구를 싫어하는 얘들이 많아도, 저는 꿋꿋이 그 친구와 친하게 지냈습니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그때는 그 친구와 지낸다고 저보고 장난 섞으며 뭐라 하던 얘들조차 짜증 났어요. 저를 의리 없는 사람으로 보며 그동안의 시간을 무시당하는듯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걔랑은 정말 영원히 친구일 줄 알았어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걔가 변했다고 느꼈습니다.
과하게 말하면 걔랑 있을 때 친구보다는 쟤가 뭔가 아래에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실제로 몇몇 친구들이 저한테 그 친구가 저를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할 때도 있었어요. 그런 얘기가 들릴 때마다 애써 꾸역꾸역 참아가며 무시했지만, 그래도 제 마음 한쪽의 상처가 되었던 거 같습니다. 또한 그 친구가 얘들 사이에서 평이 날이 갈수록 점점 안 좋아지는게 느껴졌거든요.
본래 자존감이 낮은 저이기에 저는 의식적으로 걔를 피하기 시작했어요. 그 친구도 느낀 것인지, 최근에 제가 자기를 피하는 것 같다고 말하였습니다. 말로는 아니라고 했지만, 태도로는 티가 났나 봅니다. 결국 그 친구는 저 역시 피하기 시작했어요. 얼마 전에 그 친구가 강당에서 저를 못본 체하고 지나갈 때 든 감정은 정말 한 가지 감정으로는 표현이 안됐습니다. 우울..혼란..공허... 제가 먼저 피하기 시작했는데도 정말 이상했죠.
순수하게 둘이 함께하기만해도 재밌었던 그 시절이 다시는 오지 않을거라 생각하니, 이건 단순한 친구 한 명과 멀어진 감정 그 이상으로 저힌테 다가옵니다.
정말 혼란스러운 것은, 9년 지기 친구조차 이렇게 한순간에 잃을 정도로, 제 주변에 이렇게 믿을 사람이 없나? 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지금 친구들과도 몇 년 뒤에는 이렇게 연락이 끊길까? 라는 질문도 생각나며 상당히 외로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니, 지금까지의 제 인간관계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라는 정말 수치스러운 자기 질문을 하게 되었죠.
혼란스러워요. 최근 안 좋은 일이 너무 많습니다. 몇 년 동안 가장 친했던 친구 두 명과 한순간에 멀어졌고, 원하는 것은 되지 않아요. 그렇지만 이렇게 비관적으로 있고 싶지 않습니다. 빨리 털어내야죠. 부정적인 감정에만 사로잡혀 있으면 모든 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읽을진 모르겠지만 너한테 하는 말이야.
그동안 고마웠어, 꼭 성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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