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21. 23:38ㆍ중학교를 회고하며
1학년 마무리&겨울방학
1학년을 마칠 즈음에는 딱히 기억나는 사건이 없다. 1학년 전체에선 사건이 있었을 수 있겠지만, 우리반이나 나한테 와닿는 사건은 없었다. 그렇게 나의 1학년은 다음 학년에 대한 긴장감을 가진 채로 끝이 났다. 그리고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다. 그 해 겨울 방학에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는데, 어느 날 저녁 갑자기 몸이 간지러웠다. 그냥 땀띠겠거니 하고 (피부가 약한 편이라 땀띠가 사시사철 자주 난다) 살짝 긁었는데, 계속 간지러웠다. 근데 점점 몸 이곳저곳 여러 군데 가려워지기 시작해 화장실에서 옷을 다 벗어보았는데, 전신에 빨갛게 두드러기가 나있었다. 난 곧장 집으로 달려간 뒤, 약을 바르고 누웠다. 다행히 두드러기는 가라앉었지만, 일어날 때마다 머리가 뺑 돌아서 컨디션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 날이 어머니 생신이셔서 죄송했던 기억도 있다. 보기만 해도 가려워지는 내 두드러기 사진은, 내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다. 아직도 나는 그 두드러기의 원인을 모른다. 이러한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채로, 반배정을 기다렸다.
점점 새 시작이 오고 있었다.
반배정 썰
2월 중순이었나? 반배정이 나오기 전에 얘들한테 박지성하고 나하고 같은 반이며, 너네는 몇 반이냐 물어보며 얘들을 속였던 재미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살짝 유치하기도 하지만, 정말 재밌었다. 이토록 기다리던 반배정은,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반배정을 잊어갈때쯤... 나한테 문자가 하나왔다.
"이준 학생 2학년 (10)반 입니다." 나의 2-10, 시작이었다.
일단 인스타랑 카톡으로 10반에 누가 있는지 찾아봤다. 근데 정말로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같은 반이었던 김규린, 이윤서 피큐브를 같이 다니던 이태경, 이 정도만 있었다. 나는 직감했다. "아 망했다." 좀 기다리니 총 정리한 표? 같은 걸 누가 만들었었다. 거기에서 같은 반인걸 알게된 얘들이 1학년 때 몇 마디해봤던 강승현과 이름 몇 번 들어본 배화인,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김가현, 불량해보여서 싫어하던 안지민, 김지원 친구던 손지아, 그리고 유치원 때 정말 친했던 기억이 나던 박시후. 나는 확신했다. " 아 진짜 개망했다." 그게 개학 4일전 이야기다. 그리고 개학 이틀 전쯤에, 임석민이 갑자기 자기가 10반이라고 했다. ( 그 전까지 숨겼었나 속였었나 그랬었다) 좋긴 했는데... 사실 그때는 석민이랑 많이 안친했다. 어색함도 많이 있었다. 한 마디로, 나한테 반 배정이 망했다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걱정과 두려움에 휩싸인 채로, 첫 등교 날을 기다렸다.
첫 등굣날
예상한대로, 첫 날 반에는 어색함만이 감돌았다. 모르는 얼굴도 맣았다. 강승현과 어색하게 인사해봤지만, 딱히 어색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석민이가 와서, 5분 정도 얘기했는데 확실히 재밌고 말도 잘 통했다. 더욱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석민이가 나보고 한 여자애 옆에 앉으라했다. (내가 좋아하던 다른 애랑 착각함) 석민이는 몰랐을 거다. 한 달 뒤에 본인이 그 여자애를 좋아하게 될 줄은. 그렇게 다들 대충 자리에 앉고, 종이 쳤는데, 우상우가 첫 날부터 지각했다. 근데 석민이가 그런 우상우보고 갑자기 "여기 니네반 아니야 나가"라고 무지성으로 말해서 반 아이들 모두 웃음을 참거나 조금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 기억이 풀릴 법도 한데, 그래도 교실엔 여전히 적막만이 감돌았다. 그러다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성함은 강가예, 영어 선생님이라 하셨다. 말투가 살짝 딱딱하고 무서워 보이셨다. 첫 날 학교 끝나고 석민이가 나한테 살짝 속삭였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아 담임선생님 망한 것 같은데" 이땐 나도, 석민이도 몰랐다. 이분이 우리 생애 최고의 담임 선생님이 되실 줄은. 강가예 선생님 이야기는 정말 한 편이 나올 정도로 정말 길기 때문에, 2학년 회고가 종료되면, 강가예 선생님 이야기를 주제로 한 편 작성하겠다. 그렇게 첫 날이 끝나고 축구를 하려했으나 3학년 형들이 축구한다해서 피씨방으로 쫓겨났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2학년 첫날이 끝났다
1학기 반장 선거
등교 두 번째 날이었는데 갑자기 아침부터 반이 북적거렸다. 바로 김영현이 마술을 하고 있어서 그때 등교했던 얘들이 다 구경하고 있었다. 그래서 반 긴장이 좀 풀렸던 것 같다. 마술 잘 봤었어 영현아^^, 그리고 그 날 선생님이 다음 주에 반장 선거를 한다 하셨다. 영현이와 석민이 둘이서 나갈 기세가 넘쳐났는데, 솔직히 석민이가 되는 게 편했던 나는 석민이를 응원하고 도와줬다. 학급 선거인데 도와줄거 까지야 있겠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반장 선거에서 누가 되든 딱히 상관 없는 애들한테 누구누구 뽑아달라 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표를 생산해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대충 친한 얘 몇 명한테 석민이를 뽑아달라했고, 알겠다 했다. 그리고 투표날이 됐다. 마술로 인해 여자애 몇 명, 남자애 몇 명과 친해진 김영현과 친구가 두루 많지만 반에는 아직 친한 애가 많이 없던 임석민의 대결. 결과는 놀랍게도 14:15, 한 표 차이로 임석민이 당선됐다. 이렇게 1학기 회장은 임석민이 되었다. 석민이가 반장이 됐으니, 내가 할 일은 이제 하나, 반 아이들과 친해지기였다.
애들이랑 친해지기
글을 쓰며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사교성이 좋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나는 조용한 애, 말 많은 애, 두루두루 학년이 지나도 잘 지낸다. 나는 어떻게 반 애들이랑 쉽게 친해질까? 친해지는 과정을 봐보자. 일단 일주일정도 눈치를 보며, 괜찮은 애, 안 괜찮은 애 판단해보자. 좋아보이는 애가 안 좋을 얘인 확률은 있지만, 안 좋아보이는 애가 좋은 애일 확률은 거의 없다. 그래서 일단 거기에서 몇 명 거른다. 그리고 좋아보이는 얘들 중에서 말 좀 많아보이는 애들한테 장난을 살살 친다. 이때 중요한 건, 절대 외모 공격이나 인신 공격은 하면 안된다. 모두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장난이어야 한다. 이 이후에 친구가 되면, 점점 주변에 사람 한 두명씩 생기는 건 쉬운 일이다.
자, 이제 좋은 예시로 이준이 10반 애들이랑 어떻게 친해졌는지 봐보자.
10반 애들이랑 친해진 썰
배화인은 정말 특이하게 친해졌다. 안 친했을 때 수업시간에 두리번거리다가 배화인하고 눈이 마주쳤었는데, 둘 다 아무 이유 없이 걍 서로 보자마자 웃었다. 그리고 이게 한 5번 반복되니까 친해져있었다. ..내가 웃겼던건가? 하하
강승현 박시후는 축구하다가 많이 친해졌고, 다음 편 또는 다다음 편에 나올 수련회를 계기로 전설의 쓰레기 트리오가 결성되고, 정말 친한 친구들이 되었다.
김가현은 내 생각보다? 아니, 나보다 더 미친놈이었다. 내가 상상도 못했던 여러 드립들을 쳐서 그냥 자연스럽게 말 섞다가 친해졌다.
생각해보니 내가 처음엔 서일우나 이교빈같은 애들을 싫어했었다. 망한 반배정 때문에 좀 예민했어서, 걔들이 조금만 시끄럽게 떠들어도 바로 짜증냈던 기억이 있는데, 정말 멍청했던 나였다. 그냥 서로 개드립치다가 친해졌던거 같다. 알고보면 정말 착하고 재밌는 친구들이었던 일우와 교빈이다.
친해지는 법은 정말 다양하다. 다만 중요한 건 얼마나 본인이 잘 다가가냐의 문제다. 다가와주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친해지는 것이 쉽지 않다. 혼자인게 두려운 당신, 오늘은 한 번쯤 용기를 내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글 마무리
여기까지가 3월이 끝날 무렵의 이야기다. 새 학기의 설렘과 긴장감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때의 추억과 긴장감이 잘 나타났을지 걱정이 된다. 부족한 글이었지만 그래도 재밌게 봐줬기를 바란다.
조금은 딱딱하기도 하던 3월이 지났으니, 이제 반 아이들과 두루 친해진 이준과 10반 아이들의 우여곡절 스토리, 시작하겠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중학교를 회고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중학교 생활 회고 ep.7 "전설의 2학년 수련회" (0) | 2025.01.26 |
---|---|
나의 중학교 생활 회고 ep.6 “기대“ (0) | 2025.01.23 |
나의 중학교 생활 회고 ep.4 “1학년 외전,여러가지 소중한 이야기“ (2) | 2025.01.18 |
나의 중학교 생활 회고 ep.3 “1학년 9반“ (0) | 2025.01.16 |
나의 중학교 생활 회고 ep.2 "중학교 1학년 1학기" (1) | 2025.01.14 |